어제 점심은 조금 특별했다.
급식실 파업으로 우리끼리 점심을 해결해야 했고, 교장 선생님께서 “백숙을 끓여 먹자” 하시고, 주무관님과 행정실이 함께 움직여 큰 솥을 올렸다.
나는 사실 백숙을 좋아하지 않는다. 이상하게 백숙만 먹으면 늘 탈이 났다. 아마도 내 체질하고 맞지 않는다 생각했었다.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… 단순히 너무 많이 먹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.
아침엔 속이 좀 뒤틀리고, 식중독 비슷한 증상 때문에 새벽에 고생을 하고 아침을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. 의도치 않게 간헐적 단식이 된 셈이다.
그렇게 공복으로 점심까지 기진맥진 상태로 버티다가 백숙 냄새를 맡으니, 배는 속 모르게 신이 났다.
우리 배움터지킴이 어르신께서 직접 집에서 기르신 오골계와 청계, 그리고 마트에서 사온 큼지막한 닭까지…
솥에서 푹, 정말 푹 삶아 낸 백숙이 완성되었다.
그 국물에서 올라오는 기름층이 어찌나 고소하던지, 평소 같으면 멀찍이했을 텐데 나는 이상하게 그날은 그 기름이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.
나는 “지방이 지방이 되지 않는다”는 걸 이제 알고 있었다.
그래서 기름진 국물을 종이컵으로 3~4컵, 시원하게 들이켰다.
육수를 내려고 들어간 기다란 대파도 질기게 삶아져 있었는데, 그걸 또 다 씹어 먹었다.
양파 두 개는 기름에 거의 절여지듯 삶아져 있었는데, 아삭하게 베어 먹으니 단맛이 입안 가득 차올랐다.
게다가 청소 여사님께서 직접 담가오신 김장 김치에 굴이 들어가 있었는데, 그 상큼함이 얼마나 고맙던지.
빈속에 진한 기름과 단단한 영양이 한꺼번에 몰려들었지만
몸은 탈이 나지 않았다.
오히려 “오늘은 잘 들어간다”는 느낌이 들었다.
그러고서 오늘 아침.
나는 무릎을 굽혀보았다.
이상하게 평소보다 통증이 덜하다.
이건 뭘까.
닭의 관절에서 우러난 그 영양분들이 내 연골에도 기여한 걸까?
대파와 양파의 항염 성분이 염증을 조금이라도 잡아준 걸까?
닭 뼈에서 나온 젤라틴과 콜라겐, 오골계 특유의 진한 영양이
하룻밤 사이 내 관절을 ‘부드럽게’ 해준 건 아닐까?
의학적으로 보면, 닭을 오래 삶으면
연골에 있는 콜라겐, 젤라틴, 콘드로이틴, 글루코사민 같은 성분이 국물에 녹아 나온다.
이것들은 관절 윤활에 도움이 되고, 일시적으로라도 통증을 줄여주는 데 작용한다.
대파와 양파에 들어 있는 퀘르세틴은 강력한 항염물질이라
공복 상태였던 내 장은 그 성분을 더 빨리 흡수했을 수도 있다.
생각해보면 몸은 참 정직하다.
먹은 것을 곧바로 반응으로 알려준다.
어제의 백숙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
지친 내 몸을 회복시키는 하나의 작은 영양팩 같았다.
무릎이 “오늘은 좀 괜찮아”라고 말해준 것도
어쩌면 몸이 보내준 작고 정직한 신호였으리라.
나는 이제 안다.
때로는 음식이 약이 되고,
한 끼가 내 몸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는 것을.
몸의 소리를 듣는 일은 결국, 나를 돌보는 또 하나의 예배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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